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시작하면서


얼마 전부터 아이들은 아내에게 글을 써보도록 권유해 왔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며칠 전에 엄마를 컴퓨터 앞에 앉게 하고 브런치 어카운트를 개설하는 것을 도왔다. 더벌 더벌한 큰아이 누나보다 아들이 유난스러웠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매사 걱정 많고 신중한 둘째 아들. 지난달 엄마가 동생을 저세상으로 보낸 뒤 보여주는 상심의 시간을 어떻게 하든지 줄여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기특한 녀석들.


어쨌든 미국 이민 온 지 16여 년을 지내오면서 경험했을 희로애락을 글로 표현해 보시라 아들의 권유가 결국은 브런치에 엄마 어카운트를 오픈하고 작가 신청까지 하게 만들었다.


아내의 브런치 작가 신청은 엄마에게 상당한 기쁨을 준 것 같았다. 아내는 어떻게 좋을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뒤 브런치에서 돌아온 메일은 작가 신청 불허였다. 잠깐이었지만 아내의 상심은 컸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은 작가 신청이라는 프로세스와는 상관없이 글쓰기를 계속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도 같이 글쓰기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이 가지런해야 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글쓰기 아니겠는가. 생활인으로 살다 보면 생각을 그리 정돈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일기라도 적으면서 글쓰기를 해 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살지 못한 형편에서 글을 쓰겠다고 덤비는 것은 새로운 부담이었지만 지금이 시작할 때라고 생각하니 못할 것도 없다는 자신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아빠 사는 이야기


문제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모을지에 대한 결정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아빠 사는 이야기"라는 주제를 생각해보았다. 아빠라고 했으니 들어줄 사람은 당연히 나의 자녀들이다. 이제 막 20대를 넘기면서 30대에 들어선 아들과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아빠 사는 이야기를 적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침 코로나 팬대믹 상황에서 바깥출입이 제한된 상태라 이러저러한 집일을 많이 하고 잇다. 그런 일들을 하면서 유튜브를 통해서 얻게 된 기술적인 노하우, 또는 여러 집 일중에 일어나는 단상을 글로 적어낼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심사인 것이다.


매사를 자기 손으로 직접 해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들도 때가 되면 맞닥트릴 일들. 유튜브나 지인을 통해 배우면서 해나갈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아빠가 먼저 경험했다면 아빠 경험을 즐겨 듣지 않겠는가.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지금 내가 사는 이야기를 정리해 글로 남겨두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혹시 독자가 생긴다면 내 또래의 부모들일 수도 있겠고, 나의 자녀 같은 내 자녀 또래의 젊은이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유니크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미소 짓는다. 내가 적어나가는 내가 사는 이야기가 좋은글이고 작품이 될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자녀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있는 부모나 내 나이즈음의 부모가 있는 자녀들-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줄수 있게 되지 않을까 희망한다. 세상의 모든 시도에 쓸데없는 일은 없으터이니 말이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아빠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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